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자연을 낭독하는 'Nature’s Odyssey' 관람 후기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자연을 낭독하는 'Nature’s Odyssey' 관람 후기
  • 강혜라 에디터
  • 승인 2019.09.02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시대에 ‘전기수’라는 직업이 있었다. 소설을 읽어주는 사람으로,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이나 이야기를 즐기는 양반을 위해 대신 눈이 되어주었던 것. 전기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듣는 것만으로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사진가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진가는 세상을 읽어주는 전기수, 현대판 스토리텔러다. 자연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우리는 그 세상을 모두 목격할 수 없다. 그러니 사진가는 우리를 대신해 뷰 파인더로 세상을 읽고, 사진으로 세상을 낭독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31년 동안 세상을 추적했다. 사진으로 읽어낸 그 긴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Nature’s Odyssey’를 주제로 한 이번 여정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변하고 살아 움직이는 자연의 순간이다. 그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을 찾았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나는 평소에 도시를 떠나고 싶을 때, “여행 가고 싶다”라는 말 대신 “초록색이 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자연이 보고 싶은 이유의 8할은 도시의 회색빛이 아닌 싱그러운 색들을 눈에 가득 담고 싶기 때문이다. 

조그만 풀잎이 모이면 거대한 녹음이 되고, 손으로 살짝 뜬 물을 넓은 곳에 풀어 놓으면 푸른 바다가 된다.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자연을 보면, 자그마한 것들이 한데 뭉쳐 나오는 에너지를 느낀다. 색은 그중 우리의 감각으로 가장 먼저 느끼는 에너지가 아닐까.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이 작품은 그 힘을 가장 크게 느끼게 만든 주인공이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녹일 듯한 시뻘건 용암과 그 앞에 한없이 작아 보이는 사람의 모습. 막 튀어 오르는 용암은 붉은색의 강렬한 기운과 어우러져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강력했다. 

이렇게 거대한 얾을 본 적이 있던가? 갈라짐이 광대하고 거미줄처럼 섬세하다. 너무 깊어서 쪽빛처럼 보이는 심층, 시작점도 보이지 않는 기다랗고 시린 백색의 물줄기를 보니 천연색 그대로 눈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멀어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여름을 말하고 싶다. 선선한 가을이나 따뜻한 봄에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에 취해 고마움을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얘기가 다르다. 밖에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무더위가 계속되면, 내가 과연 이 지구에서 몇십 년 후에도 잘 살아낼 수 있는지 걱정된다. 적당한 햇빛과 신선한 바람, 때에 맞춰 내리는 비와 멀어지면 그때서야 보인다. 하나의 거대한 생명으로 움직이는 자연과 우리가 그 질서에 미친 영향을 말이다. 

새끼 오랑우탄이 바나나 잎으로 비를 피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찍힌 이 사진의 주인공인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심각한 위기종의 다음 단계는 ‘야생 상태 절멸’이다. 

농업이 확장되고 관광지의 불법 벌목 등으로 오랑우탄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오랑우탄이 팜 열매를 먹는다며 현지 농민에게 흉기로 고문을 당한 후 죽임을 당한 일도 있었다. 팜 나무는 우리가 자주 즐기는 라면이나 과자에 들어간 팜 유를 만든다. 오랑우탄의 주식은 바로 팜 열매다. 

불편하다. 그러나 누군가 그랬다.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두 눈으로 마주했을 때 받는 상처보다 내가 무지해 누군가가 받는 상처가 더 크다면, 나아가 그것이 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면 상처받더라도 알아야 한다. 

왼편의 작품명은 ‘플라스틱의 역습’. 플라스틱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실내장식 같다. 사진작가인 맨디 바커에 따르면 이 작품에는 500여 점의 플라스틱 조각이 사용되었다. 이 조각품은 영국의 한 해변에서 단 몇 시간 만에 수거된 것들이다.  

‘레이산 알바트로스’는 사람이 버린 쓰레기와 오징어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 새는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고 죽은 새끼 알바트로스다. 뱃속에 칫솔, 장난감, 병뚜껑이 발견됐다. 

 

쉽게 쓰인 플라스틱은 쉽게 버려진다. 가까이서 봤을 때는 그저 한 끼를 해결하는 그릇,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필요 없는 제품이다. 멀리서 보니 선명하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버린 것들이 나도 모르게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연이 주는 겸허함

가능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 파괴만 하는 인간이 아닌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자연과 함께하고 싶다. 우리는 늘 자연을 존중하기보다 우리의 편리를 먼저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 결과로 소중한 자연이 파괴되어 간다. 

머리로 생각하는 공존의 의미와 눈으로 직접 보는 공존의 무게는 전혀 달랐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소중함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인간은 그 속에 일부이고, 함께 살아나가야 할 작은 존재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자연 앞에 인간이 악역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이 많은 만큼 인간과 자연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고 싶다. 멀게만 느꼈던 자연의 순간과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함과 공존의 가치를 알기에 충분한 기회였다. 오는 가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에서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그 가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정보

- 전시 기간 : 2019.06.29 (토) – 2019.09.27 (금)

- 전시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 관람 시간 : 11:00-20:00 (입장 마감시간 19:00)

- 입장료 : 성인 15,000원, 초중고생 12,000원, 유아 10,000원, 만 65세 이상 10,000원, 만 36개월 미만 무료

에디터’s 관람 TIP

1.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 아카데미 소속 30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도슨트 가이드 서비스’도 이용해보자. 평일 오후 2시와 4시에 무료로 도슨트 가이드가 제공된다.

2. ‘스페이스 헬멧’ 체험도 추천한다. 고해상도의 프로젝터와 주문 제작한 어안렌즈가 장착된 헬멧으로, 우주비행사가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지구의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홈페이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