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시회, 멸종 위기 동물과의 공존 메시지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9월 전시회, 멸종 위기 동물과의 공존 메시지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 강혜라 에디터
  • 승인 2019.09.1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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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전하는
공존과 화해의 메시지
‘우리는 모두 서로의 운명이다
-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

“고가도로에 삐져나온 초록 잎
아마 이 도시에서 유일이 적응 못한 낭만일 거야

플라스틱 하나 없는
우린 들어갈 수 없는 곳
어기고 싶어 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 투성이”

-백예린의 ‘지켜줄게’ 中

봄에 맞춰 나온 백예린의 노래, ‘지켜줄게’를 좋아한다. 세상에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잊는 존재들이 많다. 인식하지 못해 잔뜩 망쳐놓고, 정신 차려 보니 이미 사라지고 놓쳐버린 것들. 이 노래는 그 존재들을 상기 시켜 준다. 
평소에 보기 힘든 멸종 위기 동물이 나에게는 그런 존재다. 뉴스를 따로 챙겨보거나 동물원에 가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이번 전시회에서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의 사진은 ‘사자’. 사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 주변에 살아가고 있는 동물의 존재를 다시 인식하게 됐다.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 얼굴과, 이를 외면할 수 없음은 사자의 얼굴이 ‘집단’이 아닌 ‘개별’의 존재로 인식되어서다. 하트 눈의 푸른 존재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예술은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았을까? 궁금증에 사비나 미술관의 ‘우리는 모두 서로의 운명이다’ 전시회를 찾았다. 

 

담백함과 여백의 미가 살아 있는 사비나 미술관

사비나 미술관의 첫인상은 말쑥하게 차려입은 청년. 종로구 안국동에서 은평구 진관동으로 이전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신축 건물 티가 났다. 디자인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대신 건물의 형태와 선을 살린 모습으로, 외벽과 내부 모두에 여백의 미가 있어 담담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이었다. 

외관에서 보는 것보다 실내가 훨씬 널찍했던 미술관 내부. 사람들로 붐비지 않으면서도 공간 활용도가 높아 여유가 느껴졌다.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소실점이 모이는 듯한 형태와 교차되어 있는 계단 덕분에 ‘미술관’이라는 성격에 맞게 건물 또한 예술적인 가치가 있었다.  

미술관은 루프탑을 포함하여 총 5층으로 되어 있는데, 미리 언지 해두지만 전시 관람이 끝나면 고상우, 김창겸 작가의 사진전이 전시된 4층 상설 전시장과 주변 산의 풍경과 잘 어우러지는 5층 루프탑 방문을 추천한다. 가는 길마다 곳곳이 예쁜 구석이 많다. 

3인의 작가와 그들이 끌어안은 멸종 위기 동물들

이번 전시회는 디지털 드로잉과 네거티브 사진 기법을 독특하게 융합한 고상우 작가, 전통 문양을 정신과 세계관으로 확장시킨 김창겸 작가,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예술가이자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작가 러스 로넷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고상우 작가는 과거를, 러스 로넷 작가는 현재를, 김창겸 작가는 미래를 표현하여 멸종 위기 동물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을 드러냈다. 

 

현실과 인식을 반전시키는 작가, 고상우

어렸을 적 사진관에서 사진을 인화하면 검은색 필름이 함께 오곤 했다. 예쁘게 인화된 원본 사진과 달리 누리끼리한 배경, 거무튀튀한 사람이 신기해 필름을 뜯어 살펴본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네거티브 필름’이다. 원본 사진과 보색으로 나타나는 이 네거티브 필름에 고상우 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담아 색을 한 번 더 반전시킨다. 그 결과 우리가 평소에 상상했던 동물들의 이미지와 색감이 전복되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판타지스러운 동물들의 모습과 색상, 그리고 한눈에 담기에 큰 작품의 크기로 인하여 멀리서 볼 때 주목도가 높은 작품, 호랑이. 꿈에서 마주친 듯 슬프면서도 아련한 이미지와 그에 반대되는 강렬한 색채는 호랑이의 존재를 독특하게 인식하도록 했다. 

고상우 작가는 일제강점기에 사살된 600마리의 호랑이에 주목했다. 도마 위에서 사살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는 생명의 상징인 ‘나비’와 함께 하여 우리 기억 속에서 다시 환생한다. 가까이에서 감상하면 섬세하게 그려진 털과 치밀하게 그려진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눈동자를 그리는 데만 해도 한 달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지구에서 멸종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쉽게도 이는 상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지구상의 생물 100만 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지면서,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장기적으로 인간이 생존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한다. 

네거티브 반전 기법과 행위 예술을 결합하여 고상우 작가는 한국의 마지막 표범이 되었다. 한국에는 토종 표범이 서식하고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학살되었고, 일본인에 의해 ‘한국의 마지막 표범’이라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항상 객체로 인식되던 멸종 위기 동물이 곧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니. 전해지는 감정의 크기가 달랐다. 


동물의 권리에 주목한 행동파 예술가, 러스 로넷

러스 로넷은 본래 경영학도로, 그림은 그의 취미였다고 한다. 어느 날 친구가 부탁한 기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기린을 조사하다가, 우리와 친근한 이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게 된다. 이 계기로 인해 러스 작가는 동물 보호 활동에 힘쓰는 행동하는 예술가가 된다. 그는 현재 ‘홀로세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건물 외벽에 멸종 위기 동물이 주제인 영상을 비춘다. 

작가가 채택한 또 다른 방식은 초상화. 동물 군집이 아닌 흰코뿔소, 매부리바다거북 등 동물 한 마리, 한 마리가 주인공이 되어 유화로 표현되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슬픈 표정의 침팬지다. 

동물원 우리에 갇혀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침팬지. 실제로 보면 침팬지의 얼굴과 분위기가 훨씬 음울하다. 영장류 동물은 인간과 DNA가 비슷하고, 특히 보노보 침팬지의 경우 인간과 99 퍼센트 DNA가 일치한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침팬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짐작되었다.

 

전통문양으로 그려낸 상생의 세계, 작가 김창겸

2층 전시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김창겸 작가의 작품이다. 가로로 넓은 거대한 스크린 위에 전통 문양과 동물들이 쏟아지니 눈이 번쩍 뜨인다. 3D 영상 안에 입체적으로 표현된 다양한 동물들과 신비로운 불교적 색감, 고대 인도어로 ‘원’을 뜻하는 만다라에 영향을 받아 나타낸 하나의 세계까지 낯선 듯 친숙하다. 

이전의 작품들은 그림과 프로젝트를 통해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을 일깨워주었다. 미래에 우리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조화’와 ‘치유’에 주목한 김창겸 작가의 작품은 서로의 영향을 받는 동물과 인간이 공존했을 때 만들어 갈 아름다운 세계를 하나의 우주로 표현한다. 존재 자체로 소중한 한 마리, 한 마리의 동물들. 물이 흐르고, 꽃이 피고, 나비와 호랑이는 서로 얽히고설켜 함께 존재한다.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서로의 운명’이다. 
 

"머나먼 하늘과 별과 우리 발치의 진흙은 한 가족이다.

소나무, 표범, 플랫 강, 그리고 우리 자신,

이 모두가 함께 위험에 처해 있거나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 전시회 정보

- 전시 기간 : 2019.07.18 (목) – 2019.11.03 (일) 
- 관람 시간 : 10:00 – 18:30 
- 전시 장소 : 사비나미술관 
- 입장료 : 성인 6,000원, 청소년&어린이 4,000원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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