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핫플레이스, 국내 유일 잡지/매거진 클럽! 합정 종이잡지클럽에 가다
서울 핫플레이스, 국내 유일 잡지/매거진 클럽! 합정 종이잡지클럽에 가다
  • 강혜라 에디터
  • 승인 2019.10.1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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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
책이 어렵다면 잡지는 어때?

가을은 독서의 계절. 너도나도 독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읽고 싶은 책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아마 내가 진짜로 읽고 싶은 마음이 아닌 ‘의무감’에 책을 골라서 그랬을 수도.

이런 마음에 책 고르기가 한참 어렵게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고, 그때 대체재로 찾게 된 것이 잡지였다. 잡지는 책보다 인간의 ‘욕망’과 가까운 물건이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잔뜩 펼쳐져 있고, 늘 궁금하던 ‘남들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질문은 인터뷰에 나와 있으니까.  

그렇게 하나씩 흩어져 있는 잡지를 골라 보다가, 한 곳에서 잡지에만 파묻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요즘 뜨는 서울 핫플레이스, 합정의 ‘종이잡지클럽’. 국내 유일의 잡지클럽으로, 독립 출판에서 시작해 단행본 형식으로 나오는 잡지부터 외국에서 유행하는 매거진, 주제와 컨셉트가 독특한 잡지가 즐비한 서울 핫플레이스다. 
하나하나 잡지를 들춰보고 클럽 직원으로부터 잡지 큐레이션도 받아봤다. 올가을 읽을만한 잡지와 그 잡지들을 더 빛나게 해주는 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종이잡지클럽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나요?”

‘출판의 위기’가 잡지에도 통하지 않을 리가. 갈수록 모두가 책을 덜 읽는 추세라지만 이러한 공간이 생긴 이유가 분명 있을 터. 종이잡지클럽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많다고. 잡지는 책보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자유롭다. 일러스트, 사진, 소설, 인터뷰 등 읽을거리와 볼거리에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고, 독립출판물의 성장으로 기존의 책에서 다룬 ‘주류’의 삶보다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기회를 선물한다. 

처음 잡지에 관심을 두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남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고, 또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서였다. 잡지를 읽으면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서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힌트나 참고가 될만한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모두가 그런 고민에 쌓여있는 시대인 만큼, 잡지는 시대적 물음을 반영해 사회에서 비교적 소수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 잡지에서 ‘삶’을 찾다

프리랜서의 삶이 궁금하다면? FREE NOT FREE

 추천하는 잡지 하나, FREE NOT FREE. 베일에 싸여 있던 ‘프리랜서’의 삶을 다룬 잡지다. 내가 속한 회사나 직함 없이도 돈을 벌 수 있을지, 현재 나의 직업을 몇십 년 동안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자연스레 프리랜서의 삶이 궁금해진다. 

FREE NOT FREE에서는 하나의 질문에 다른 직업과 연령, 성별의 프리랜서를 모아 에세이, 카툰, 여행기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담았다. 프리랜서가 된 계기, 프리랜서의 삶과 노동, 프리랜서의 작업실 등을 다룬 창간호 ‘프리랜서도 프리랜서가 궁금하다’는 앞으로 직업인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노동과 일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와 예시를 보여주는 잡지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브로드 컬리

 

추천잡지 둘, 브로드 컬리. 아직 5호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따끈따끈한 로컬숍 연구잡지다. 사업을 꿈꾸고 있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브로드 컬리를 추천한다. 대개 사업가 하면 ‘성공담’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은데, 이 잡지의 인터뷰이는 모두 자신의 사업에 뛰어든 지 ‘3년 이하’인 사람으로 국한되어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은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초창기를 포함한 3년이라면 부딪히고 깨진 시간들이 훨씬 많으리라. 그러다 보니 브로드 컬리에서는 ‘그래서 성공했는가?’에 대한 답보다는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사업에서 한 ‘시도’에 의의를 두고 질문과 답을 꾸려나간다. ‘서울 3년 이하 빵집들 :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등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참고가 될만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잡지다.

 

“내가 왜 좋아하는지 말해주려고요”

종이잡지클럽에서는 ‘스크랩북 Talk’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읽은 잡지 중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을 스크랩하고, 모임에서 각자 만든 스크랩북을 소개하며 발췌한 부분이 좋았던 이유를 자유롭게 담소 형식으로 이야기하면 된다. 잡지를 연구하거나 분석하는 부담스러운 활동이 아니라 나의 느낌과 생각을 중점으로 편하게 이야기하면 되는 시간이라고. 그동안 잡지를 읽으며 떠올랐던 영감이나 아이디어가 많았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모임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무언가 읽다 보면, 내가 읽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읽는 게 삼키는 활동이라면 말하는 건 내뱉는 활동이 아닌가. 이 구절이 왜 와 닿았는지, 당시에 내가 어떠한 감정과 상태로 읽게 되었는지 등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다 보면 읽는 행위를 넘어서 읽기, 말하기까지 책 한 권으로 훨씬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 종이잡지클럽에서 발견한
에디터가 반한 잡지들

현장에서 처음 보고 구매했던 잡지와  평소에 독특한 컨셉트로 선호했던 잡지 몇 권을 소개한다.

 

한 권에 영화 하나, 프리즘 오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잡지. 에디터에게 영화란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 영역이다. 킬링타임으로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어떤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두고두고 보고 싶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영화는 솔직히 어렵고, 감독이 의도한 바와 화면에 등장하는 미장센의 의미를 모두 파악하려면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하다.

프리즘 오브는 그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잡지다. 한 권에 한 영화만 다루고 있어 영화 팬에게는 선물 같은 잡지기도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배경, 촬영기법,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의견 등 한 영화를 다양한 시선에서 다루고 있다. 에디터는 린 램지 감독의 ‘케빈에 대하여’를 인상 깊게 봐서 이날 프리즘 오브의 해당 편을 직접 구매했다. 기고가들도 모두 영화 관련 경험을 한 적이 있거나, 관련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이루어져 전문적이면서도 깊은 해석을 읽어낼 수 있어 강력 추천하는 잡지다.

 

소소한 일상에 영감을, 컨셉진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라는 메시지를 모토로 삼는 일상 영감 잡지. 손 크기만 한 모양에 파스텔 톤의 배경, 정 중앙에 그달의 주제와 관련 있는 소품이 귀엽게 찍혀 있는 이 잡지는 잡지 입문 시절 가장 먼저 읽었던 잡지 중 하나다. 

소비, 아침, 운동, 음악과 같은 평범한 소재가 컨셉진 안에서는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로 변모한다. 주제가 ‘아침’이라면 아침을 기분 좋게 맞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품들과 주제와 관련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 혹은 경험한 사람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또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소품과 글들이 실려 있어 ‘자연주의’라는 말이 어울리기도 하는 잡지다. 컨셉진을 읽고 나면 의미 없게 느껴졌던 일상의 조각이 개성과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퍼즐처럼 느껴질 것이다.

 

여성을 이야기하는 문화잡지, WOMANKIND

종이잡지클럽에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처음 보이는 가판대에 이 잡지가 펼쳐져 있었다. 전기문처럼 한 사람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일러스트가 시선을 끌었다. 긴 역사 동안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거나 능력에 비해 조명받지 못한 여성들이 많다. 우먼 카인드는 여성의 언어로 말하고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문화잡지다. 여성으로서의 자아나 정체성을 다양한 나라와 배경을 가진 여성을 통하여 읽어내고, 문학, 철학, 역사,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논의되는 생각을 실어 여성을 바라보고자 했다. 

직접 구입한 여덟 번째 호에서는 인도 여성의 삶과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 인터뷰 등이 담겨 있다. 우리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시선인 심리학자, 사회운동가, 소음운동가 등의 기고문을 통해 ‘여성 서사’를 독특하고 의미 있는 관점에서 풀어낸 것도 특징이다. 차별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 다른 나라 여성의 삶이 궁금하다면 잡지 우먼 카인드를 추천한다.

그 밖에 인간의 ‘외로움’과 ‘불안’ 등 솔직한 내면의 감정을 주로 다룬 외국 잡지인 ‘Anxy’, 어렵게만 생각했던 철학을 쉽게 풀어나가는 ‘New Philosophy’, 감각적인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VOSTOK’, ‘공간’에 대해 깊게 알고 싶다면 동네 정보를 모아 소개해주는 ‘아는 동네’ 등을 추천한다. 

잡지는 책보다 호흡이 짧고, 디자인이 감각적이며, 우리가 공감하는 주제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고, 시대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사람이나 물건의 긍정적이고 예쁜 모습을 확대하여 소개해주니 읽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양한 관점으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줄 잡지. 올가을은 서울 핫플레이스, 합정 종이잡지클럽에서 영감을 얻어보는 건 어떨까?”


사진 : 에디터 소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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