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베테랑에게 패션이란? 서울패션위크 컴스페이스1980 문정욱 디자이너를 만나다
20년 차 베테랑에게 패션이란? 서울패션위크 컴스페이스1980 문정욱 디자이너를 만나다
  • 김솔이 에디터
  • 승인 2019.12.05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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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패션 행사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서울패션위크’ 일 것이다. 1987년 처음 설립되어 매년 2회씩 개최되어온 서울패션위크. 국내의 모든 패션 피플들의 총집합소이자 해외에 K-패션의 위상을 전할 수 있는 자리인만큼 컬렉션으로 데뷔하기는 쉽지 않다.
패션업계 경력만 20년. 이제는 한 브랜드의 수장이 된 문정욱 디자이너. 지난 가을, 그는 2020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자신의 브랜드 ‘컴스페이스1980’의 첫 컬렉션을 성황리에 마쳤다.
큰 프로젝트 하나가 끝났음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인터뷰 시간도 겨우 쪼갰다는 문정욱 디자이너. 업계에 20년째 몸 담군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제 시작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이제는 디자이너를 넘어 디렉터를 꿈꾼다는 그의 포부를 직접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문정욱 디자이너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디자이너브랜드 ‘컴스페이스1980(일구팔공)과 ‘나인틴에이티’를 이끄는 문정욱 디자이너입니다. 반갑습니다.

 

패션업계 경력만 20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올 3월, 남성 캐주얼 브랜드 ‘컴스페이스1980(일구팔공)’를 직접 런칭하셨는데요. 브랜드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일은 2000년부터 했으니까 20년 차가 되었네요.
스무 살에 처음, 카루소(CARUSO) 컬렉션팀 쇼스탭으로 일을 시작을 했고, 그 이후 남성복 브랜드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직장을 그만두고 나인틴에이티(NINETEENEIGHTY) 라는 디자이너브랜드를 론칭 후 지금까지 활동했으니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지금의 ‘컴스페이스(COMSPACE)’도 2016년, 서광모드와 자회사인 에스와이패션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론칭한 브랜드입니다. 원래 첫 론칭은 남성 수트 브랜드로 시작했는데 워낙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남성복에서 캐쥬얼로 전환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 타겟의 폭을 넓혀가며 컨셉을 재정비하여 만든 것이 지금의 컴스페이스1980(일구팔공)입니다.

그간의 컴스페이스1980의 행보를 보면 브랜드 컨셉을 전환한 이유가 꼭 트렌드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아요. 다양한 타겟층을 아우르고 있으니까요.

제가 지향하는 건 유통시장 흐름에 맞는 상품을 특화시키며, 다양한 콘텐츠로 제품을 풀어내는 것이었어요. 문화적 가치를 기반을 두고, 융합을 목표로 했으니까요. 어찌 됐건 신규창출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온라인(10·20세대)과 오프라인 타겟층(30·40세대)을 나누게 되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이너의 감성으로 시도하는 상품기획 전략과 판매기획에 따른 영업전략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객관적인 전술이 필요하잖아요. 저의 경우엔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걸 보니 컴스페이스의 첫 시작이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컴스페이스1980 브랜드 런칭에 관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저희 회사가 신사복으로 오래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고, 좀 보수적인 편이에요. 아마 저희뿐 아니라 남성복 기반인 회사는 대체로 그럴 겁니다. 그 와중에 스트릿 컨셉의 감성캐쥬얼로 리뉴얼을 하겠다고 했으니 사업부에서는 반신반의하면서 놀라셨을 것도 같아요. 유통자체를 바꾸는 과정이 쉽지 않고, 그동안 전개해온 방식과는 다른 형태니까요. 변화되는 과정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웃음).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지원과 대표님의 결정이 한몫했어요. 변화를 주는 것에 깨어 있는 분이시고. 관여 자체를 안 하시기도 하구요 또, 믿고 맡기는 타입이셔서 제가 원하던 방향성에 맞춰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아직 승승장구는 아니라 생각해요

2019 F/W 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 / 트레이더쇼 부스

지난 3월 ‘2019 F/W 제너레이션넥스트_서울(GN_S) 트레이드쇼’에 이어 ‘2020 S/S 서울패션위크’ 참가까지. 신생 스트리트 브랜드임에도 승승장구하는 컴스페이스1980만의 비결이 뭔가요?

비결이라기보단 탄탄한 경험으로 밑거름을 오랜 기간 쌓아왔기 때문 아닐까 싶네요. 신규 브랜드를 5개월간 준비했어요. 처음부터 볼륨이 있는 규모로 시작하다 보니 공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사업이었고, 다 그렇듯 기획, 물량, 디자인개발, 소싱, 생산, 입점, 영업 등 손대야 할 부분이 많아 한동안 서울패션위크로 활동을 못 이어갔죠.

 

2020 S/S 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
트레이드쇼 부스

그런 과정 후 올해 초 브랜드 세팅이 완료된 후에 GN_S에 참가했던 것이 여러 바이어들에게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것 같아요.
하반기엔 꼭 패션쇼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계획대로 서울패션위크에서 컬렉션으로 데뷔할 수 있었고, 기분 좋게 쇼를 준비하면서 기분 좋게 마칠 수 있었어요.
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아직 승승장구는 아니라 생각해요. 현재는 다음 시즌 행보에 대해 계획 중입니다.

 

다음 행보라면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계획을 말하시는 건가요? 그동안 행보를 보면 다양한 일을 하셨던 거 같은데요?

다양하게 활동한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서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구요.
현재 몇 가지 제안들을 아직 검토 중이라서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아마도 내년 2020년엔 또다른 무언가 만들어 낼 거 같아요.
일단, 저는 프로젝트를 하나 하게 될 때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어요. 좋아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내고 싶은 일. 
그래서 내년 상반기 계획으로는 개인전 준비와 다음 시즌 협업라인을 준비할 거 같구요. 신규에 관련된 콘텐츠도 워낙 관심 있는 분야라서 저의 행보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2020 S/S 서울패션위크 컬렉션을 성황리에 마친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디자이너라면 꼭 참여하고 싶은 꿈에 그리던 행사잖아요. 가끔씩 혼자 컬렉션을 언제쯤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왔는데 막상 참가하고 보니 감정이 묘하더라구요.
쇼가 끝났을 때는 사건사고 없이 잘 끝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한숨, 그리고 ‘이제야 했구나’ 라는 감격, ‘컴스페이스1980(일구팔공)’이 드디어 메인쇼를 하게 되었구나’ 정도. 딱 여기까지의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분명 이상과 현실은 다르잖아요. 눈앞에 밀려 있는 업무들이 너무 많았던 거죠(웃음). 좋았던 감정도 잠시였고, 현실로 돌아가니 그동안의 업무를 쳐내느라 정말 바빴습니다. 하는 일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월별로 스케쥴을 쪼개면서 하는데도 항상 긴장의 연속인 것 같아요.

 

20년 경력이면 같이 활동했던 동료 디자이너들도 많을 텐데 축하도 많이 받으셨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친한 디자이너들은 서로 응원해주죠. 회사 다닐 때 같이 생활하면서 친했던 선, 후배들이 어느새 독립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더라구요.
특히 이번 시즌에 유난히 많이 보게 됐어요. 그래서 더 반갑고, 기쁘긴 했지만 걱정도 돼요. 워낙 경기가 안 좋을 때 나왔으니 안타까운 것도 있고, 시기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가장 저다운 거 같아요

패션쇼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기대했던 이미지나 일반적인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기존 유형과는 좀 다른 형태였어요. 시작도 전부터 동요가 흘러나오고, ‘컴스맨’의 신나는 공연으로 무대를 열기도 했고요. 아마 의도하신 거겠죠?

의도는 아주 조금 했죠. 서울 컬렉션 첫 입성 땐 대체로 아침 시간에 선정이 되거든요. 그런데 아침 댓바람부터 무게감만 주면 주말 아침의 기분이 다운될 것 같아 꼴을 못 보겠더라구요(웃음). 그래서 밟은 무드의 상쾌함과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어요.

 

쇼가 끝나고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에 물어보니 대체로 재밌고 유쾌한 쇼였다고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들이 많았잖아요. 90년대 댄스가요, 동요 음악, 약간의 동심을 생각하고 느끼지 않았을까요?
옷이야 20년 동안 늘 하던 거니까 판매성 있겠다 라는 말도 들었고요. 어차피 생산하기 좋고 쉬운 옷을 만들었기 때문에 계획하고 생각한 대로 만족합니다.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컴스페이스1980 컬렉션 전반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컬렉션은 ‘숨은 의도 찾기’라는 컨셉이었어요. 
정형화된 형태가 아닌 인식의 틀 안에서 변형된 현대성을 흔들고 장르 간의 교란으로 각자가 바라보는 시각을 투영해보고 싶었거든요. 사회적 이슈, 지나간 추억 속의 기억, 지구온난화의 심각성 등을 논해보면서 대중이 생각하는 현대성에 대해 논해보려고 했는데 전체 무드와 가사가 담긴 메시지를 모두 이해해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시그니처인 외계인 ‘에이티’ 캐릭터와 한글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한국적인 감성의 헤리티지를 부각시켰고, 대중으로부터 주체가 되고 한 공간에서 표출할 수 있는 창작성을 공감해 주시더라구요.

컬러의 경우 블랙을 메인 컬러로 화이트, 옐로, 레드, 블루 등을 서브 컬러로 활용했어요. 제가 나인틴에이티에서 활동했을 때 단조로운 형태를 컬러로 표현하곤 했거든요. 컬러의 느낌은
나인틴에이티의 연장선으로 생각하시면 되고 무대에서 표현했던 것들 모두 오감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메시지를 밝고 경쾌하게 담아내서 전달하려고 했어요.

 

컨셉을 정할 때 주로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컨셉을 어렵게 전개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라서요.
사실, 패션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분명 많겠죠! 쇼라고 하면 무게감을 주면서 과장하기도 하고. 그래도 저는 ‘한없이 멋지게!’ 하는 부류와 맞지도 않고, 굳이 힘주며 할 필요도 없더라구요.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가장 저다운 거 같아요.
그래서 대중의 눈높이에서 공감할 수 있는 비쥬얼을 생각해냈고 즐기면서 서로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제가 만들어 놓았던 표현 예술에 대해 그 의도가 무엇이든지 주체가 되는 대중으로부터 다양한 평가를 받고 싶었는데 바라보는 시각에서 답을 얻긴 했어요.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면 되겠다 라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쇼였어요.

 

 

디자이너가 어떻게 일해야 디렉터인지 좋은 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서울패션위크에서 헌터, 유니크브로우, 진저아이웨어 등 다양한 라이선스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는데요. 앞으로는 또 어떤 브랜드들과 협업을 선보일지 많이 기대돼요.

좋은 기회로 라이센스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려고 해요. 단순히 디자인 중심으로만 접근하는 형태가 아니고 MD적 사고와 트렌드를 집약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브랜딩 기획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에 맞게 일하고 싶어요(웃음).
‘문정욱과 협업하면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라는 평과 함께 디자이너가 어떻게 일해야 디렉터인지 좋은 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앞으로 컴스페이스1980은 서울패션위크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향후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서울패션위크를 나간다면 아마도 문정욱 또는 일구팔공으로 선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컴스페이스1980은 제도권을 중심으로 집중하려고 해요. 로컬브랜드로서 좀 더 외형을 키우면서 영업 중심으로 브랜드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내년 2020년 컴스페이스1980가 계획하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올해로는 12월 4일부터 8일까지 ‘DDP디자인페어’를 참가로 제품디자인 영역으로 협업전시를 하게 되었는데요. 이 행사를 끝으로 2019년 마무리를 할거에요.
그리고 내년엔 컨셉을 좀 더 명확하게 보강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현재 사업부 인원을 세팅 중이구요. 아마도 상반기부터는 백화점을 비롯하여 아울렛을 중심으로 영업 비중을 키워나갈거고, 전략도 바뀌면서 매장 오픈이 추가로 있을 겁니다.
또, 컴스페이스1980(남성캐쥬얼)에 이어 플랫폼 사업영역을 추가할 계획인데요. 신사업 ‘컴스마켓’을 준비하고 있어요.
컴스마켓은 ‘찾아가는 서비스’라는 취지를 담아 플리마켓 형태의 백화점 팝업으로 운영할 계획인데요. 저의 브랜드 제품과 타 장르 디자이너브랜드 제품을 입점시켜서 제가 직접 판매에 나서려 합니다.
내년엔 더욱 발품을 팔면서 좀더 다양하게 기획하고 만들고 제작하고 판매까지 하려구요! 앞으로도 컴스페이스1980와 나인틴에이티 그리고 일구팔공 지켜봐 주시고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사진 : 문정욱 디자이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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