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들어온 '병맛' 짤방들, 르르르 짤방전 전시회 관람기
미술관에 들어온 '병맛' 짤방들, 르르르 짤방전 전시회 관람기
  • 신수지 에디터
  • 승인 2019.12.12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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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대박이다”

지금껏 보았던 전시회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 작품을 살펴보던 관람객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한 일민미술관에 '짤방'들이 전시되었기 때문. 짤방은 '짤림 방지'를 줄인 말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 눈길을 끌만한 이미지를 첨부해 자신의 글이 삭제되지 않도록 한 데서 유래됐다. 이제 온라인상에서는 짤방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감정 등을 재치있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이거 내가 아는 짤방인데?

'짤방전'이라는 이 정직한 제목의 전시회는 ‘불만을 노래하자’는 슬로건을 내건 크리에이터 집단 ‘르르르’가 기획한 전시다. 일전에 유튜브 광고로 노출된 르르르의 '불만송'을 '스킵' 없이 봤던 에디터는 전시 소식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다. 매표소는 일민미술관 1층, 입장료는 르르르의 SNS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 간단히 절차를 수행하고 3층 전시실로 향했다.

강렬한 형광 연두색 입장 팔찌를 팔에 채운 채 3층에 다다르자 유튜브에서 보았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영상 옆 르르르에 대한 소개 글을 읽고 고개를 돌리자, 새로운 형태로 변신한 짤방들의 모습이 보였다. 

전시회는 ‘짤아트’, ‘짤카이브’, ‘짤 딕셔너리 월’, ‘짤줍방’ 등 총 4개의 코너로 구성됐다. 에디터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짤방을 미술 작품들로 재탄생시킨 ‘짤아트’ 코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던 짤방 속 장면들이 도자기, 조각, 한국화와 유화 등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내가 고자라니', '묻고 더블로 가' 짤을 이렇게 공들인 티가 나는 작품으로 만들다니.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작품 옆에 기재되어 있는 설명을 진지하게 읽게 됐다.

이어진 코너는 짤방의 역사를 보여주는 ‘짤카이브’. 벽면에 쓰여진 '짤방 연대기'가 에디터를 맞이했다. 전시에서 정의한 '인류 최초의 짤방' 구석기 알타미라 암벽화부터 지금의 짤방까지, 순서대로 정리된 짤방의 역사를 보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명맥을 이어온 '클래식 짤' 6점과 2010년대 후반 인기를 끈 움짤들을 보면서는 더욱 반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관람객들의 참여를 더해 제작된 '짤딕셔너리'는 찾아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거절', '경고', '모순' 등의 감정과 맥락을 표현하는 다양한 짤방 이미지들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에디터는 한참 동안 진열대 속에서 이를 꺼내어보느라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짤딕셔너리 다음으로는 짤아트 작품들이 다시 이어졌다. 유튜브 콘텐츠 진행자 재재가 참여한 '짤의 눈물', KBS 드라마 '태조 왕건' 중 궁예의 호통 장면을 재즈 피아노 더빙으로 완성한 음악 작품,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좋을 듯한 네온사인 작품까지. 무료 전시임에도 꽤나 알차다는 느낌이 드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시선을 끌었다. "여태까지 본 전시 중 가장 재미있다"며 누군가 감탄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지루할 틈 없는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으로 찾게 된 코너는 ‘짤줍방'. 말풍선이 비워진 이미지에 대사를 넣어 자신만의 짤방을 만들어보는 공간이었다. 짤방을 완성한 뒤 '짤판기'에 넣으면 재미있는 스티커가 증정됐다. 우리 민족은 '짤의 민족'이 아닐까. 벽면에 부착된 관람객들의 유머러스한 짤방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주최 측은 '예술은 어렵다', '나와 예술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이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그 말처럼 짤방전은 작품의 의도를 깊게 해석하지 않아도 되는 직관적이고 발칙한 전시였다. '날것'같은 대중문화를 미술관으로 들여온 발상이 신선했다. 전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었지만, 이러한 시도가 계속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과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또 다른 전시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일민미술관에서는 내년 1월 12일까지 '박윤영 개인전 : YOU, Live!'도 열린다. 박윤영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짤방전보다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전시다. 하지만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하니, 관심이 간다면 살펴보아도 좋겠다.

 

사진 : 에디터 소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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