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인간관계로 힘들 때, 어둠 속 대화 힐링 ‘블라인드 마음보듬’ 체험기
스트레스, 인간관계로 힘들 때, 어둠 속 대화 힐링 ‘블라인드 마음보듬’ 체험기
  • 김솔이 에디터
  • 승인 2019.12.26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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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안 맞는 상사, 이 회사 계속 다녀도 할까?”
“좁은 인간관계, 이대로 괜찮을까요?”
“헤어졌던 연인과 재회하고 싶어요.”

우리는 저마다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중 수많은 고민들이 바로 나를 둘러싼 상황이나 인간관계에서 오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 나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렇다면 내가 평소 품고 왔던 고민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마음 놓고 털어놓아 보는 건 어떨까? 그것도 ‘어둠’속에서.

우선 체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에디터 본인은 지극히 평범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 중 하나임을 밝힌다. 20대 후반, 직장생활 3년 차, 매일 연락하는 친구는 5명, 그중 마음 터놓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는…음, 두 명? 취미는 한 두개쯤 가지고 있고, 비혼주의자이며 인생 중반기 이후에는 고양이와 소소하게 살아가는 꿈을 꾸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 체험은 주변 상황,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체험이었기에 ‘에디터’ 보다는 ‘나’로 통칭하도록 하겠다.

 

50분간의 어둠 속 대화
‘블라인드 마음보듬’

블라인드 마음보듬은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암막 상태에서 50분 동안 자신의 고민을 편안히 털어놓는 대화 서비스다. 대화하는 동안에는 어두운 환경 때문에 서로의 얼굴이나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욱 편안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별칭을 사용하기에 이름을 밝힐 필요도 없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소셜벤처경영학회 인액터스 소속 팀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영감을 얻어 어두운 블라인드라는 대화 환경을 설정했다.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식당에서 주인공들이 식사를 하며 서로의 온기에 의지하고 차분해지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봄을’ 이라는 슬로건 하에 기획된 ‘봄그늘’ 프로젝트는 현재 5명의 마음보듬사와 함께 블라인드 마음보듬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어둠 속에서 익명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을 덜어낼 수 있을까? 궁금증에 지난 23일 월요일, 블라인드 마음보듬 서울대입구점을 찾았다.

 

내 안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던
블라인드 마음보듬 체험

출처 : 그레이프라운지 홈페이지

오후 6시 50분. 예약 시간을 10분 앞두고 도착한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 인근 그레이프 라운지. 이곳 3층. 조그만 블라인드 룸안에서 매주 3회(월, 목, 금) 블라인드 마음보듬 서비스가 진행된다.

출처 : 그레이프라운지 홈페이지

다소 기대되는 마음으로 도착한 그레이프 라운지 2층에서 매니저님을 만났다. 2층에는 메인 카페테리아를 중심으로 편안히 앉아있을 수 있는 테이블, 게임방, 족욕실 등이 있었다. 언제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청년들의 공유 라운지로 이용되고 있다.

진행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네 가지 준비물을 받았다. 사전 안내문, 착용하는 순간 바닥만 보이는 90도 안경, 어두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거나 비상 상황 시를 대비한 차임벨 리모컨. 그리고 마음보듬사 다섯 분이 직접 서명한 비밀유지 서약서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준비한 정성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블라인드 마음보듬에 참여하기에 앞서 준비된 안경을 착용했다. 어지럽고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탓에 매니저님의 팔에 의지해 블라인드 룸 안에 들어섰다. 의자에 앉고, 매니저님이 나가면서 문이 닫히고 나니, 마음보듬사님이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올려놓으라고 권유했다.
내가 만난 마음보듬사님은 ‘바다’라는 별칭을 사용하는 분이었다. 넓은 세상에서 깊은 사람의 마음을 품는 바다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이와 같은 별명을 붙이셨다고.

나의 별칭까지 말하고 나면 50분간의 어둠 속 대화가 시작된다. 사실 시작하기 전엔 걱정도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고민을 잘 털어놓을 수 있을까?’, ‘인생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이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생각을 거듭한 끝에 표면적인 고민보다 내면 깊숙이 숨겨두었던 고민들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타인과 크고 작은 인연을 맺고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 나 자신만 챙기고 보살피기 바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공감을 베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늘 나를 에워쌌다.
그동안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건넸던 것은 진정한 위로와 내면의 소통이 아닌 그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식에 불과한 건 아니었을까? 그들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잠시 잊고,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던 건 아니었는지. 주변 사람들을 일상 속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그저 '주변인' 취급했던 건 아닌지. 늘 뒤돌아서고 나서야 자책하기 바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간의 부끄러운 고민들을 차분히 털어놓았다.

50분간의 대화는 물 흐르듯 흘러갔다. 잔잔한 숲속의 소리가 BGM처럼 깔렸고, 종료 3분 전을 알리는 벨이 울렸을 때는 시간이 언제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무엇보다 블라인드 환경 덕에 내 얼굴이 보일 거란 걱정이 없고, 실명을 말할 필요가 없으니 더욱 편히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 내가 몇 살인지, 어디 사는 누구인지, 어떤 직업,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는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하는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여주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그간 고민이었던 인간관계나 가치관, 스트레스가 차분히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비로소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오히려 스스로를 부분을 알고 있기에 그 자체로 더욱 성숙할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이다. 그러한 변화는 자책이 아니라 나 자신을 보듬어주는데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50분 동안의 어둠 속 대화를 ‘내 안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칭하고 싶다. 주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복잡한 고민도 어쩌면 내 마음속의 소리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블라인드 마음보듬을 통해 고민의 명료한 해결책은 얻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시끄러웠던 내 안의 잡음을 끄고,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누군가와 천천히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나를 괴롭혀 온 그 어떤 고민들을 덮고, 내면의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한 번쯤 문을 두드려 보길.

블라인드 마음보듬 서울대입구점
주소 : 서울 관악구 관악로17길 9
운영시간 : 매주 월,목,금 19:00, 20:00, 21:00 (일 3회)
문의 :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seeshade (10:00~22:00)

▶ 블라인드 마음보듬 자세히 보러 가기(클릭) ◀

사진 : 에디터 소장 사진

 

더유니브 김솔이 에디터 webmaster@theuni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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