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_정나영' : 당신만 아는 작은 가게가 있나요?
추천도서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_정나영' : 당신만 아는 작은 가게가 있나요?
  • 송다혜 에디터
  • 승인 2020.01.07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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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했을 때 골목 카페를 발견했다. 첫 손님이었던 나를 반갑게 인사해주고, 작은 그릇에 과자와 함께 모카라떼를 서빙해주셨다. 사장님은 내게 어디서 왔는지, 치앙마이는 어떤지 안부를 물으셨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내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안부가 좋았다. 
그때부터 아침마다 그 카페를 가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사장님은 치앙마이를 떠나는 내게 아쉽다면서 음료를 서비스로 주셨다. 잠깐 지내는 동안 자주 갔다고 하더라도 며칠 되지 않는데, 사장님은 아쉬움의 얼굴로 앞으로의 나의 여행을 응원해주셨다. 오랜만에 단골의 매력을 느꼈다. 
이런 따뜻함이 그리워서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외국에서 지내는 동안 작은 가게를 만난 이야기와 그들의 가치, 경영철학, 관계에 관해 설명한다.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오래된 작은 가게에 대한 매력을 느끼면서 나도 제3의 장소(집과 직장 외에 가장 친밀하고 오랜 시간을 머무르게 되는 공간)를 갖고 싶어지게 하는 추천도서다.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작고 오래된 동네 서점들,
작은 문방구, 동네 구멍가게, 부모님이 들르시던 작은 다방,
엄마의 오래된 단골 미장원,

그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그들은 모두 새 직장을 구했나,
아니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점주들이 된 것일까?

단골가게가 없는지 꽤 오래됐다. 친구들을 만나면 늘 새로운 곳,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줄곧 찾아다녔고, 괜찮은 가게를 발견하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공간을 직접 찾아간 적은 있으나 그곳을 두 번 가지는 않았다. 분위기는 좋아도 생각보다 맛이 별로인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기에 단골이 될 수 없었고, 나처럼 인스타그램을 보고 온 손님이 많아 가게는 분주했으며 서비스는 좋지 않았다. 또한 비싼 음료값을 지불하지만, 양은 적고 셀프인 카페도 많다. 그럴수록 사진 찍기 좋은 곳보다는 어느 정도 사장님과 소통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정 있는 가게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동네 서점이 있었다. 지금은 서울로 이사 오는 바람에 잘 가진 않지만, 그때는 생각나면 책방에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뿐만 아니라 높은 톤으로 반갑게 인사해주는 사장님 때문에 책방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안부를 물어주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고, 맛있는 음식과 차가 있으면 나눠주면서 일상과 고민을 이야기했다. 시끌벅적한 곳이 아닌 또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추천도서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에서 정다영 작가가 말한 칼디스 카페가 나에겐 이 서점과 가깝다. 편안하고, 아늑하고, 기분 좋은 공간. 서점 사장님은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작가가 강조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손님이 올 때마다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나를 이렇게 반갑게 해주는 곳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특유의 친근한 애정 덕분인지 찾아가야만 하는 책방은 사람들로 북적거릴 때도 많았다. 다들 제3의 장소가 필요했구나.

추천도서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작은 가게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자주 찾아갔던 곳을 생각해봤다. 집 앞 카페, 닭갈비 집, 앞에 말한 책방 정도가 생각난다. 원래 카페는 주로 먼 곳을 찾아다녔었는데 집 앞에 카페가 생겼고, 맛과 공간 모두 만족스러워서 그곳에서 주로 글을 썼다. 작은 카페이고, 사장님은 남자분이셨는데, 손님에게 말을 거는 걸 쑥스러워하셨다.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으셨다. 그 적절한 선이 좋았다. 가끔 문을 열지 않는 날이면 걱정될 정도로. 

또, 나는 닭을 좋아해서 외식할 때마다 주로 닭갈비를 제안했다. 그래서 많은 닭갈비를 먹어봤지만, 우리 집 후문 뒤에 있는 춘천 닭갈비만큼 맛있는 집은 발견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갔던 곳이라 사장님은 우리 가족에게 매일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셨고, 나와 동생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아빠처럼 흐뭇해하셨다. 맛도 맛이지만, 그 친절한 관계가 무엇보다 좋았다. 이렇게 보니 작은 가게마다 관계와 소통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더 맛있는 커피와 차를 대접하고 싶은 것. 그 과정을 고객들과 놀이처럼, 축제처럼 함께 경험하는 것이었다."

환경 관련 사회적 기업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우리들에겐 사람들이 모일 공간이 필요하여, 공원 안에 카페를 창업했다.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여 건강뿐만 아니라 맛까지 챙기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팥으로 만드는 손난로 등 환경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사람들이 찾아올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초반엔 관심만 보이다가 한두 분씩 들어오더니 며칠이 지나 단골손님이 많아졌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였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편안히 쉬는 것. 그래서 반갑게 맞이하고,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게 하려 했다. 그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카페를 오실 때 책이나 간식 등을 챙겨주시는 손님도 많았다.

그때 알았다. 마케팅은 큰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기본만 잘 지켜도 된다는 걸. 우리는 맛과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여 계속 단골손님을 만들었고, 손님들이 카페에서 더 즐길 수 있도록 회원제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작은 가게에서는 주류 문화에 포함되지 않는 그들의 예술, 관계적인 친화력, 인디 문화 등이 가능하다. 그들만의 매력을 충분히 내뿜을 수 있다.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택하기보다 음식의 맛 본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간판도 없는 곳이라 단골손님의 추천을 받아야지만 구매할 수 있는 케이크, 경쟁사의 가격을 따라 하기보다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보여준다.

그 가게는 그들의 매력을 잘 알고 있고, 손님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안부를 물어주는 가게였다. 바쁜 일상에서 혼자 밥을 먹고, 빠르게 음식이 나오는 가게를 주로 찾게 되지만, 이런 낭만적인 장소가 필요할 때도 많다. 정성스럽게 요리하여 오래 걸리는 음식점에도 가보고, 화려하지 않아도 작은 골목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 우리들에게도 그런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류에게 추천한다. 매번 새로운 장소를 찾아도, 뭔가 모를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과 마케팅의 기본을 좀 더 쉽게 알고 싶은 사람. 어려운 용어가 나오지 않고, '관계'의 중요성과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기 위한 작은 가게의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엿볼 수 있다. 또, 단골 가게가 있다면 왜 그곳을 찾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공간은 참 중요하다. 가끔은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기분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새로운 장소보다는 나를 반겨줄 익숙한 공간 하나쯤 있으면 꽤 든든하다.

매일 일만 하는 삶을 사는 것 같아서 책방 봉사를 시작했다. 피곤한 몸에 피곤을 더했다. 그때 사장님은 "피곤해 보여요. 무리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내가 "제가 그렇게 피곤해 보여요?"라고 했을 때 사장님은 "그건 피곤해 보이는 게 아니라 피곤한 거예요. 오늘은 쉬고, 조금 여유 있을 때 봉사하셔도 괜찮아요" 남을 돕기 위해 자신에게 피로를 주려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이 꽤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나도 모르게 나를 괴롭히는 걸 막아주셨다. 이렇게 내 안부를 생각해줄 수 있는 작은 가게 하나쯤 발견하는 것도 큰 위로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도 당신만의 작은 가게가 있나요?"

 

사진 : 에디터 소장 사진, YES24 (도서 표지)

 

더유니브 송다혜 에디터 webmaster@theuni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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