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함께 늙어가는 가죽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라비무드 박세환 가죽 디자이너
“세월 따라 함께 늙어가는 가죽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라비무드 박세환 가죽 디자이너
  • THE UNIV
  • 승인 2020.02.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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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은 칠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다. 가죽 역시 그렇다. 수많은 물건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낡거나 닳아 버리게 마련이지만, 가죽은 오래될수록 그 가치가 더욱 깊어진다. 특히나 주인의 손때가 깊게 밴 가죽은 그 어떤 빈티지 아이템보다도 훌륭한 본연의 멋을 지니고 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눌 주인공은 흘러가는 세월만큼 오래 사랑받을 가죽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라비무드’ 박세환 디자이너다. 처음 사업에 뛰어들고 2년 동안 그는 한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던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맸다. 특별한 결과물도 수입도 없었지만 오로지 끝까지 해보겠다는 신념 하나로 달려온 결과, 작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영화 <기생충> 속 인디언 가죽 소품 제작 협찬 기회도 얻었다. 앞으로도 주인의 손을 오래 타, 온기를 가득 품은 가죽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박세환 디자이너를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디자이너님.

안녕하세요. 문래동에서 가죽공방 '라비무드 가죽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 박세환 입니다.

요즘 어떤 일을 하며 지내고 계세요?

라비무드를 운영하면서 1:1 맞춤 주문을 제작하기도 하고, 가죽 소품 가방을 만드는 수업과 회사/기업/협회에서 가죽공예 동아리를 만들어 원데이 클래스 출강을 나가고 있습니다. 또, 영화 미술, 소품, 패션 등 가죽 제품 관련 협찬과 업체 샘플 작업, 인테리어 업체와 물품(도어핸들) 작업을 하고 있어요.

추가적으로 이번에 컴스마켓 팝업스토어 제품 입점도 하게 되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문정욱 선배님께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어요.

원래는 패션을 전공했는데 인디밴드로도 활동하셨다구요.

의상 디자인/패션 비즈니스를 전공했지만 20~30대 대부분을 인디밴드 활동을 하며 보냈어요. 30대에 들어서 가죽공예에 관심이 생기고 점차 가죽 제품 만드는 일로 넘어오게 되었어요.

꿈과 하고자 하는 일이 서로 달랐었지만 크게 보면 문화, 예술직으로 공통분모가 있었어요. 10대 때 처음 가졌던 꿈은 막연하게 음악(락밴드)을 하는 거였는데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할 때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겠다고 다짐했고, 바라던 목표치까지 도달하진 않았지만 두 가지 모두 하고 있는 걸 보면 꿈과 희망 모두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포털사이트에서 저를 검색하면 음악인으로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는 디자이너 박세환이 되었으면 해요.

브랜드 라비무드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라비무드(LAVIEMUDE)는 프랑스어 lavie(인생,삶)과 포르투갈어 mude(변화)의 합성어로 만든 브랜드입니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카미오 요코의 순정만화 '꽃보다 남자'에 나온 내용 중 좋은 구두를 신으면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다는 말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라비무드 말처럼 좋은 방향의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에게도, 라비무드를 찾아주시고 사용하시는 모두에게도요.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어느 순간부터 생활도 바뀌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타겟층을 한 사람의 인생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시기인 20대 중반부터 30대로 잡았어요. 저 또한 아직 30대기도 하고, 그 연령대 분들이 가장 많이 찾아 오시기도 해요.

브랜드 컨셉으로는 현대인에 취향에 맞춰가는 모던함으로 실용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거부감 없는, 심플하면서도 단조롭지 않은 변화를 주는 걸 목표로 두고 있어요.

아쉬 2016SS 프레젠테이션 사은품 선인장 가죽 벨트 작업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죽을 다루면서 처음으로 업체 의뢰 받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 2016년 1월에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아쉬(ASH) 2016SS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에서 증정 사은품으로 나간 게 선인장 화분이었어요. 그 화분에 가죽으로 장식 띠를 두르는 벨트를 제작했었는데 처음 하는 업체 의뢰가 브랜드 관련 일이라서 좋았어요.

영화 <독전> 마약가방, 벨트 등 협찬

또 영화 협찬 소품 제작을 했던 것도 생각나요. 2017년도에 영화 제작 의상팀과 연락이 닿아 와이드 벨트 6종을 작업했었어요. 작업하다 보니 마이너틱한 누아르 영화인가 보다 싶었는데 2018년에 개봉한 이해영 감독님의 영화 '독전'이라 깜짝 놀랐지요. 흥행도 잘 되었구요. 의상팀에 이어 미술, 소품팀 작업까지 5개 종류의 소품도 들어갔어요. 대표적으로는 마약가방입니다.

영화 <기생충> 인디언 소품 세트 협찬

그리고 이어 2019년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기생충' 에서 소품 의뢰가 들어왔을때는 정말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작업을 했어요. 의상디자인 전공 학업 시절에 큰 가르침을 주셨던 봉지희 교수님의 친가족 관계의 감독님이기도 하고 참으로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힘들었던 때는요?

처음 가죽공예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후 약 2년 동안은 특별한 결과물과 수입이 없었어요. 잘 될 거라는 희망고문을 하며 꾸준히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죠. 이런 마음은 뭔가 뻥하고 풀리지 않는 이상 안고 가야 하는 마음이기도 하네요.

또 예술 하는 사람은 게으른 배짱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본성인지 뭔지 결국 일들이 쌓여 벼락 치기를 자주 하는 편이라 힘이 듭니다.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중요한 일들에서 우선순위를 잘 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밤샘 작업을 자주 하는 편인데 그럴 때는 정말 인내심, 정신력 하나로 작업을 하고 아침을 넘겨버리니 몸이 힘든 경우가 많죠.

그래도 보람을 느낄 때는?

모두가 그렇겠지만 상대방의 반응이 좋았을 때가 보람된 순간 같아요. 특히 기념일 선물로 직접 공방에 찾아오셔서 손수 만들어가는 제품을 완성하고 만족하고 예쁘다고 할 때 매번 보람을 느껴요.

현 시장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나요?

‘명품은 고급이고, 비싸도 좋다.’ ‘명품 브랜드 외 상품(핸드메이드)은 비싸다.’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아쉽습니다. 제품 선택에 있어 명품 브랜드는 그 자체로 가격을 인정하고, 과시성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것 같아요. 반면에 순수 핸드메이드 제품은 가죽 품질, 노력, 퀄리티가 충분히 명품 못지않지만 대부분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죠.

향후 계획은요?

바로 앞에 잡혀있는 계획은 라비무드가 피혁 잡화 브랜드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일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야긴 하지만 인테리어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 제품을 구상하고 개발하고 싶어요.

또 다른 희망사항으로는 패션 디자이너 분들과 콜라보 작업해서 쇼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죽을 활용한 예술품 전시회도 참가하고, 개인전을 열고 싶어요.

 

어떤 패션브랜드 또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세요?

가죽, 제작, 제품 품질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퀄리티로 소비자분들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주고 가격을 떠나서 값진 제품으로 남고 싶어요. 가죽의 큰 장점은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세월 따라 그 제품도 함께 늙어가도록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죽 장인이 되어서 명품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 : 라비무드 박세환 디자이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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