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 추천, 혜화 연극 환상동화 : 전쟁 같은 현실에서 꿈꾸는 자들을 위하여
대학로 연극 추천, 혜화 연극 환상동화 : 전쟁 같은 현실에서 꿈꾸는 자들을 위하여
  • 신수지 에디터
  • 승인 2020.02.10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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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용식이' 강하늘이 광대 분장을 한 사진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평소 브라운관으로 그를 보던 이들에게는 퍽 어색했을 법도 한 독특한 이미지. 연극 '환상동화'의 사랑광대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그의 모습이었다.

그의 출연으로 입소문을 탄 환상동화는 이번이 초연이 아니다. 사실 에디터의 환상동화 관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년 전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같은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지금처럼 스타 배우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부터 극의 진행 방식까지 쉬이 잊히지 않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규모가 있는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로 다시 돌아온 공연이 더욱 반가웠다. 

 

전쟁광대, 사랑광대, 예술광대

공연장이 커진 만큼 내부에는 다양한 포토존이 생겼다. 동화 같은 이미지가 그려진 작은 포토 스팟과 더불어 극중 대사들이 쓰여진 공간까지. 관람 전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들이 추가됐다. 상기된 표정의 관객들 사이로 자리를 잡으니 익살스러운 안내 멘트와 함께 막이 열린다.

극은 각자 자신의 야기를 하겠다고 우기는 세 광대가 등장하며 시작된다. 전쟁광대는 포화가 빗발치는 파괴의 대서사시를, 사랑광대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랑 이야기를, 예술광대는 변치 않는 가치를 창조하는 예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옥신각신하던 이들은 결국 합의점에 이른다. 전쟁, 사랑, 예술.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그렇게 삶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진 광대들은 한스와 마리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리를 잃어버린 피아니스트 한스, 눈이 보이지 않는 무용수 마리를 중심으로 전쟁터와 카페를 오가는 전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랑의 힘을 얻은 두 사람은 살아갈 희망을 품는다.

이런 가운데 전쟁광대는 관객에 지속적으로 악몽 같은 현실을 일깨운다. 예술광대는 그런 현실 속에서 이들에게 음악과 춤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사랑광대는 두 광대 사이에서 사랑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광대들은 관객들에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꾼이자 해설자이며 이야기에 직접 개입하여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주체이기도 하다. 이를 지켜보며 관객들은 세 광대 중 누구 하나만이 이 이야기의 화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의 목소리가 모두 어우러져야 진정한 이야기가 탄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무겁게만 흘러갈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경쾌한 연기가 극의 무게를 덜어준다. 

 

장르가 융합된 무대

대학로 연극 추천, 혜화 연극 환상동화의 무대는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하나는 세 광대가 커튼 밖에 등장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 간의 싸움에서 승리를 차지한 광대가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배우들은 커튼 밖에서는 관객과 소통하고, 커튼이 걷히면 전쟁과 사랑, 예술이 모인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여기에 무용과 음악, 마임, 마술, 노래 등의 다채로운 장르가 결합돼 틀에 갇히지 않는 매력을 전한다.

고전 작품 한 편을 읽는 듯한 시적인 대사도 주목할만하다. 고집 센 광대들이 열정적으로 외치는 대사는 수려하면서도 깊은 무게를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이지 않은 대사 속에 감정을 싣는 배우들의 역할이 극의 몰입감을 좌우한다.

 

환상의 힘

세 광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문어체로 설명하며 세 광대에 의해 우연적으로 엮어지는 허구의 서사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들은 곧 이야기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린다. 

밖은 여전히 전쟁터였지만 현실은 계속되었다. 사랑은 계속되었다. 예술은 계속되었다. 결국 따뜻한 환상 속에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이 있음을 광대들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언젠가 들었던 빅터 프랭클의 실화가 오버랩된다. 그가 있었던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희망이 있는 자인가'였다고 한다. 대학로 연극 추천, 연극 환상동화에서 한스와 마리를 진정으로 살아있게 만든 것도 그들의 전부였던 춤과 음악이라는 예술, 즉 그들의 희망이자 꿈이었고 서로를 향한 사랑은 이를 지켜내준 힘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의 한복판에서든, 당장 내일이면 가스실로 끌려가 죽음의 샤워를 할 수도 있는 수용소에서든 마음속에 꿈과 사랑이 살아있다면 그것이 희망의 동력이 되어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뻔하고도 중요한 진리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전쟁광대와 사랑광대, 그리고 예술광대가 태격 대고 있을지 모른다. 때로는 삶의 무대를 전쟁광대가 장악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환상적인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여기니 용기가 생긴다. 덕분에 전쟁광대가 불러오던 광포한 폭격 소리가 아닌, 조명 위로 아름답게 빛나던 비눗방울의 환상을 안고 공연장을 나왔다.

광대들이 입 모아 말했던 것처럼, '현실은 환상 같은 것, 환상은 현실 같은 것. 꿈꾸는 자에게 그 경계는 무의미하다.’

 

연극 ‘환상동화’


기간: ~2020.03.01.
시간: 화~금 20:00, 토·일·공휴일 14:00, 18:00
장소: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젠틀맨스가이드' 등을 연출한 김동연이 직접 대본과 연출을 맡은 대학로 연극 추천 작품이다. 지난 2003년 '제6회 변방연극제'에서 처음 선보인 후 2013년까지 무대에 올랐다가 지난해 말 6년 만에 다시 대학로로 돌아왔다. 김동연 연출은 취리히의 카바레 볼테르를 떠올리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흉포한 전쟁 속에서도 예술가들이 그곳에 모여 다다이즘을 탄생시킨 것에서 착안했다.


사진: 에디터 소장, StoryP 제공

 

더유니브 신수지 에디터 webmaster@theuni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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