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혹은 외설…사진 속 로리타 컨셉 논란
표현의 자유, 혹은 외설…사진 속 로리타 컨셉 논란
  • 양지훈
  • 승인 2017.02.1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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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 패션에 대한 상반된 두가지 시선

 

 

최근 걸그룹 미스에이 전 멤버 수지가 촬영한 화보를 두고 로리타 컨셉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사진은 2015년 10월 수지가 낸 개인 화보집 ‘suzy? suzy.’ 에 담긴 사진들 중 일부로 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일부 네티즌이 수지가 찍힌 화보의 컨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벌어졌다. 논란의 요지는 사진 내의 이발소와 수도꼭지 등의 상징이 성적 클리셰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이 된 수지는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컨셉의 의도성을 전면 부인했으며 해당 화보집을 촬영한 사진작가 오선혜 씨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사진에 대한 악성 댓글을 남긴 네티즌들을 고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수지를 비롯한 많은 여성 유명인들의 로리타 컨셉 논란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로리타 컨셉은 미성숙한 소녀에 대해 정서적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가지는 현상인 ‘로리타 콤플렉스’ 풍의 구상을 가지고 찍는 작품이나 컨텐츠의 기조를 말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로리타 패션은 일본 음악의 한 장르인 비주얼락에 기원을 둔다. 비주얼락은 1960년대 일본 내 선풍적 인기를 끈 영국 글램락에서 변용된 1980년대 일본 대중음악의 한 장르다. 비주얼락 뮤지션들은 주로 화려한 분장과 머리장식을 하고 무대 위에서 과감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당시 그들이 시도했던 분장 중 하나가 고스 패션(Gothic fashion)이다. 비주얼락이 일본 대중의 인기를 끌자 고스 패션은 점차 일본식에 맞도록 토착화되었다. 이후 비주얼락의 주된 소비층이었던 여성들이 1990년대 일본 내 옥시덴탈리즘(동양의 서양에 대한 이상화된 고정관념)적 소녀만화들을 소비하며 만화에 나오는 소녀들의 의상을 실제로 입어보는 코스튬플레이, 즉 고스로리(Goth loli)라는 하위문화를 낳았다. 이것이 현재 로리타 패션의 한 줄기다. 로리타 패션은 일본 문화와 함께 국내에 건너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명인들이 로리타 패션을 입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로리타 패션을 입는 것이 여성의 성적 결정권의 주체적 표현이라 외친다. 일본 내 로리타 패션은 펑퍼짐한 점퍼스커트와 옷매무새 끝에 달린 레이스, 스커트 안을 부풀리기 위해 속치마를 덧대 입는 것이 특징으로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기 어렵다. 때문에 로리타 패션을 입는 행위가 타인의 시선과 독립된 자신의 기호를 나타낸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 특히 대부분의 남성들이 로리타 패션을 입는 여성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한다는 점 역시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온라인 뉴스매체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이시영 에디터는 해당 매체를 통해 과거 로리타룩이 ‘전투복’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며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로리타 패션은) 남성들에게 성애화되기 위해서 만들어진 옷들, 태도들, 말투와 행동들.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자폐적인 나의 ‘완전한 여성적 세계’로 잠입하기 위한 옷입니다. 그러니까 이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는 것부터가 전투가 됩니다. 아무도 우리를 성애화하는 시선으로 보지 않아요. ‘질겁‘하는 시선으로 보죠.”

 

이러한 점에서 로리타 패션의 양식은 최근 설리와 아이유가 보이는 태도와 유사점이 발견된다. 그들의 보이는 태도가 대중이 원하는 여성상과는 상충된다는 것이다. 걸그룹 f(x)의 전 멤버 설리는 최근 로리타 컨셉의 사진 작가 로타(본명 최한철)와 다수의 화보집을 발매한 바 있다. 파스텔톤의 색감과 미성숙한 소녀 컨셉을 한 그녀의 화보는 설리 본인이 개인 인스타그램에 직접 게시하며 화제가 됐다. 이는 과거 걸그룹 활동 시절 청순한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명 가수 아이유 역시 로리타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다. 아이유는 지난 2015년 10월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은 4집 미니앨범 ‘CHAT-SHIRE’에서 수록곡 ‘제제’가 소아성애적 가사를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은 해당 앨범의 커버사진과 뮤직비디오 또한 로리타 컨셉이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져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녀의 앨범이 그녀의 주체적 입장을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3일 CBS노컷뉴스가 취재한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 주관 워크숍, '반동의 시대와 성전쟁'에서 손희정 연구원은 아이유의 로리타 컨셉이 그녀의 성적 주체화를 나타낸다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아이유의 성장은 2가지 방향인데 하나는 소녀에서 여자가 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돌에서 작가가 됐다는 것이다. 아이유의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대중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섹슈얼리티'였다. 최근 그녀의 행보는 성적 주체화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명 여성 연예인들이 로리타 컨셉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로리타 컨셉이 미디어에 노출될수록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한 역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러한 태도는 로리타 컨셉이 단순히 컨셉을 찍는 여성의 시선이 아닌 해당 컨셉을 소비하는 남성이 도덕성을 상실하기 쉬운 환경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에디터 양파(가명)은 해당 매체에 글을 게재해 로타의 컨셉 사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했다. “로타의 사진이 왜 잘못됐을까?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건 옳지 않다, 이건 동의하죠? 미성년자를 성적 상대로 보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도 성추행 성폭행 피해자가 있다는 거 동의하죠? 지금 성인 여자들도 어렸을 때엔 한두번 안 겪은 사람이 없는 거 아시죠? 그런데 그것을 섹시 컨셉으로 바꾸고, 카메라의 시선은 '미성년자를 보고 성욕을 느끼는 남자' 입장입니다. 이렇게 주구창창 설명해야 왜 반감이 느껴지는지 이해간다면 그게 너무 당연하게 소비되어 온 사회에 물들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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