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사이로 울리는 이해의 하모니, 영화 <컨택트>
갈등 사이로 울리는 이해의 하모니, 영화 <컨택트>
  • 양지훈
  • 승인 2017.02.19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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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열린 문이과 대통합의 장(?)
영화 포스터만 본다면 자기부양 렌즈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아니다.

길을 걷던 당신은 태어나 처음으로 요상한 무언가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머리 털 나고 누군가로부터 배우고 알려진 것들만 봐 오던 당신. 이 때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대 다수는 그것을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과 끼워 맞추려 애쓸 것이다. 비슷한 겉모습, 익숙한 냄새, 어쩌면 지난 밤 밥과 곁들였던 달걀프라이의 퍼진 모양과도 재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한다. 시간을 달린다는 열도의 소녀처럼 인류의 돌연변이가 아니라면, 모든 사건을 원인과 결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발견한 무언가가 전하길,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모양이다. 미지의 외계와의 하모니를 그린 SF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 2016)다.

 

스릴러의 명장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신작

영화 <컨택트>는 스릴러의 명장 드니 빌뇌브 감독의 9번 째 작품이다. 그는 1994년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REW-FFWD>로 메가폰을 잡아 매년 1편 이상의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묵직한 스크린감, 효과적인 사운드 활용,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써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빌뇌브 감독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제 2의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범죄 스릴러 영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에서 화려한 액션 연출로 주목을 받았던 그가 이번엔 무게감 있는 SF영화로 스크린 앞에 돌아왔다.

 

쉘 위(上,) 토크...?

영화는 어느 날 등장한 거대한 타원형 물체, 쉘(shell)에 세계 전역이 떠들썩해지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세계 12곳에 등장한 쉘은 18시간마다 문을 열어 바깥의 인간을 들이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주파수를 보내며 인간에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듯한 쉘. 미 정부는 쉘을 그들의 우주선으로 추측하고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을 알기 위해 저명한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를 극비리에 소환한다. 그녀는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와 함께 쉘 내부에서 외계의 생물체 헵타포드와 조우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녀가 잃었던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던 기억을 더듬어 그들에게 인류의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혹자는 이 영화를 이안과 루이스가 협력하는 장면을 통해 문과가 이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읽었다는데, 필자 생각엔 정말 아무말이다.

 

보고 나면 기분 좋은 배신감을 안겨주는 입체적인 영화, <컨택트>

영화 <컨택트>는 SF소설 작가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1998)를 원작으로 쓰인 작품이다. 테드 창의 소설은 ‘영혼을 울리는 SF소설’이라 불릴 정도로 과학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돌아보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인류의 수준을 능가하는 무기를 가진 외계의 생물체와의 대규모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면, 아쉽지만 당신은 영화관에서 숙면을 취하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결말의 미세한 차이를 제외하고는 영화는 원작의 내러티브를 고스란히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거리를 견인하는 ‘교차편집’은 영화의 긴장감을 붙잡고 결말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루이스가 외계 생물체 헵타포드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때로는 주마등처럼, 때로는 꿈으로 상기되는 그녀의 아이와의 파편적인 기억은 영화 후반부에 다가올 극적 반전에 힘을 실어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빌뇌브 감독의 전작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의 액션에 감화돼 전작의 아성이 묻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내러티브 자체가 가진 힘은 액션보다 묵직했다. 혹자는 영화 중반부에서 결말을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가오는 결말의 생경함을 받아들이기란 생각하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풍부한 해석 거리! vs 과잉해석은 금물!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가 ‘지적이다’ 혹은 ‘심오하다’는 감상을 남기곤 한다. 이를 두고 종교적인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이는 원작자 테드 창의 소설이 ‘바벨탑’과 같이 종교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재를 끌어다 쓰는 경우가 많았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의 우주선 ‘쉘’ 역시 12개라는 이유로 크리스트 교에서 말하는 12제자로 풀이될 수 있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영화 자체적으로 종교적 언급이 없었기에 자의적인 곡해는 영화 자체에 군더더기를 늘리는 격일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영화 <컨택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감상 포인트 2가지!

그의 이름을 딴 가설을 주장한 사피어 워프(1884~1939). 그는 언어에 따라 인간의 사고체계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감상 포인트 ⓵ - 사피어 워프 가설

사피어 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은 미국의 인류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1884~1939)가 그의 제자와 함께 제시한 가설이다. 이 가설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워프는 표의문자(를 사용하는 중국인과 표음문자를 사용하는 미국인 사이에 사고와 행동방식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통계를 통해 입증했다.

영화 내에서 언어학자 루이스는 시제(시간을 나타내는 문자)를 가진 영어를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에게 가르치려 한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시제가 없이 이는 인류와 헵타포드 간의 이해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이는 후반부 영화 결말에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면 영화를 보는 게 말짱 도루묵일테니 말하지 않으려 한다.

차이나포비아를 용에 대유한 그림. 무섭다.

감상 포인트 ⓶ - 차이나포비아

영화 <컨택트>에서 중국은 자신들의 영토에 놓인 쉘(Shell)과의 소통에서 외계와의 전쟁의 가능성을 읽어내자 미국과 국제 사회와의 협력관계를 끊고 독자적으로 외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차이나포비아(China-phobia)는 최근 경제계에서 회자되는 신조어로 중국의 가진 거대한 국력 때문에 변수를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다수의 공포감을 가리킨다. 영화 내에서 미군은 중국의 전쟁 선포에 동조해 미국과의 네트워크를 끊는 세계 국가들에 휘둘려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제로 영화 <컨택트>는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현 상황에 힘입어 미국 내에서 제작비 대비 2배의 수익률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영화에서 배어나오는 차이나포비아적 정서가 어떤 방식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감상에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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