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가 외치는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서평
프로불편러가 외치는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서평
  • THE UNIV
  • 승인 2017.07.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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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불편러, 대한민국을 말하다. "

 

저자, 박 에스더는 대한민국에서 '유학'다녀온 '여자'로, '기자'로 살아왔더니 할 말이 많다. 아니, 사실 이런 경험보다는 그녀가 스스로 밝힌 자기 정체성, '자유주의자'의 시각으로 한국에 던질 말이 더 많을 거다. 이 책은 저자가 40년('12년 출간기준)동안 한국을 겪으며 숙성시킨 마음 속 이야기를 엮은 고발 에세이다.


" 우리가 불편한 것들, 그 많은 '주의'들 "

 

'내가 누군지 알아?' 장유유서, 반드시 지켜야 되는 걸까? 할아버지가 지하철에서 소리 지르고 임산부에게 폭언을 가해도 어르신이라 존중해드려야 되는걸까? ─ 권위주의

'일단 우리 학교면 끌어줘야 돼', '이 지역 출신이면 믿을 수 있지', '쟤가 동네망신 다 시키네', 대체 실력과 지역은 무슨 상관일까? 학교가 같으면 취업에서도 승진에서도 유리한 '라인'을 만드는 게 타당한 걸까? ─ 집단주의

'쪽바리 새끼들이라 이상한 걸 만드네', '짱깨들이 다 그렇지 뭐', '흑인들은 역시 더럽군', '동남아애들은 못살아서 도둑질 할 수 있어', 한(韓)민족이 다른 국민보다 우월하다는 이 환상은 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 민족주의

이러한 수 많은 '주의'는 어느새 사회 깊숙히 자리 잡아 사고를 제한한다. 저자는 이 '주의'야 말로 헬조선을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정리한다.

 

"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말 많으면 일단 나쁜 놈이다. "

 

한국에서 성공은 '표준'이 있다. SKY급 대학교, 10대 대기업, 30대 초반 결혼, 총 자산 10억 이상. 이 성공의 표준이 얼마나 탄탄한지, 동창회에서 이 표준에 드느냐 마느냐로 서열이 구분된다. 표준이 아니라면? 부모님이 부끄러움에 남 앞에서 자식 자랑 못하는 누를 끼치게 된다. 표준이라면? 목에 힘 좀 주고 남을 업신여길 '권리'를 얻게 된다. 이 특별한 권리는 대체로 이런 뉘앙스를 풍긴다. 내가 이래저래 성공했으니 이렇게 해. 이게 답이야. 성공한 이들은 기득권이 되어 한국 사회의 표준 공식을 재생산한다.

 

Q. 왜 공부해야 하나요?
A.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지.
Q. 훌륭한 사람은 무엇인가요?
A. 너처럼 따지지 않는 사람이란다.

 

(성공한) 50~60대 남성의 충고는 대개 이렇다. ‘남보다 오랫동안 일할 것. 조직에 충성할 것. 시키는대로 하면 다 된다.’ 우리가 꼰대라 칭하는 이 아저씨의 생활은 ‘집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1주일에 1~2회는 밖에서 여성을 돈을 주고 사는 현실로 구체화된다. 가끔 자신을 따르는 남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가족과 하면 근친상간이지’.

(성공한) 50대~60대 여성의 충고는 대개 이렇다. 일단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살이 하면서 어른 말 잘 들어’, ‘여자는 직업이 무조건 안정적이어야지’, ‘애는 빨리 낳아’. 동시에 자신을 따르는 여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남편이 밖에서 여자를 사는건 바람이 아냐.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게 현명한 여자지. 돈 번다고 얼마나 고생하겠어’.

표준적으로 성공한 인생은 한국의 ‘보여주기’식 문화를 잘 보여준다. ‘보여주기’식 문화에는 너무도 많은 비합리가 전제되어 있다. 서열 매기기. 경쟁. 집단 우선. 위선….  우리는 이 비합리적인 문화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아니, 명확히 말하자.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은 하는게 아니다.

 

" 이게 다 보수들 때문은 아니다. "

이게 다 한국의 보수층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그럴 수 있다. 한국의 보수층이 가진 레드 트라우마와 박정희를 이상으로 한 경제 성장에 대한 환상은 상당히 강력해서, 사회 전반에 이념들을 강제화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한국은 보수가 성장하기 쉬운 토양이긴 하다. 하지만 저자는 진보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선언한다. ‘깃발’진보의 문제. 이론과 논리에 갇힌 나머지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무지한 대중들은 우리 이야기를 알지 못해. 그러므로 우리가 끌고 나가야해’. 엘리트주의적 진보의 마인드는 민중이 개돼지라고 이야기하던 극우 관료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 내가 변하면 세상도 좀 변하지 않겠느냐 "

 

이 책을 읽고 나면 얻게 되는 게 하나 있다. 좀 더 우리의 문제를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 막연하게 느낀 한국의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남에게 던져줄 수 있다. 동시에 저자는 자그마한 소망을 덧붙인다. 알았으면 경계하고, 최소한 자기 자신만큼은 이런 헬조선을 만드는 지옥의 구성원에서 벗어나자고.

 

조금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불합리한 규범과 시선 앞에서 당당해지자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은지 생각하며 스스로 조심하자
꼰대가 되지 말자

 

" 마지막 코멘트 ‘12 vs ’17. 5년동안 한국은 무엇이 바뀌었나? "

이 책은 ‘12년도에 출간되었다. 5년이 지날 동안 이 책에 언급된 한국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① 분노한 국민들이 대한민국 최고존엄을 끌어내렸다. 권위주의가 일부 해체되었다.
② (차별을 당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한정적일지라도) 넷상에서 적극적으로 울린다. 
③ 꼰대란 단어가 부정적인 것으로 자리잡고, 사회 일반에서 ‘꼰대’보다 ‘아재’가 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즉, 나이든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통해 젊은층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④ 학연, 지연이 점진적으로 철폐되고 있다. 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가운데, 선거에서 드러나던 지역주의 프레임이 약화되거나 깨졌다.

반면, 해결되지 않거나 심화된 문제도 존재한다.
① 지역차별 대신 자산격차 차별이 시작되었다. 아파트와 빌라, 휴먼시아와 래미안으로 교우관계를 구분짓는 현상이 나타났다.
② 여전히 한민족은 세계 최고다. 반만년동안 외침 한번 없었고 (고구려사는 한국사가 아닌가보다), 순수혈통이며 (몽골, 일본, 중국, 네덜란드 피는 한국에 오면 변하나보다),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민족이다. (그래서 노벨 평화상 이외에 수상한 적이 없나보다)  
③ 검증되지 않은 팩트로 여기저기 찔러본다.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니까. 자극적인 기사가 잘팔리니까.  저자는 우리의 인식을 바꾸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았지만, 지난 5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나보다.  게다가, 개개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을까.

내 생각에 한국이 저자가 바라는 것처럼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려면 교육 측면에서의 혁신이 필수적일 것 같다. 민족주의를 강조하지 않는 교육혁신, 서열로 줄세우지 않는 교육혁신, 그리고 다양한 정보 속에서 ‘편향된 해석’을 골라내는 미디어 독해력을 끌어올리는 교육혁신. 이런 것들이 한번쯤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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